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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림삼의 초대시] 시간 속 시간

기사입력 2024.02.21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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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문도 덮어버린 통도사 자장매,2024.02.19/ 최윤지 기자

     

    - 시간 속 시간 -

     

    풋풋한 사람냄새 나는데

    겉 밋밋하다면 그 땐

    지체없이 감정은

    이성 종살이하러 출장간다

     

    묵은 시간찌꺼기 소멸되어

    내 남 할 것 없이

    목전의 일에만 급급하고,

    시원의 정적 무심히 걷는 동안이니

     

    낡고 남루한 기운 절로 스러지며

    시간성으로부터 차별 애매하지만

     

    다카르 모래언덕

    죽음의 랠리에서도 너끈히 살아나와

    하얀 속살 눈부시게 내놓은 채

    바람이 불어오고

     

    천진한 동심 지닌 도인마음으로

    녹차향기 통해 기억 회상하며

    어린 시절은 프루스트현상 되어

    이렇게 뒤늦게 찾아온다

     

    나 가로막는 이 시공의 벽

    무한인가, 유한인가?

     

    무질서와 혼돈의 와중에서

    종내에는 없어져가는 무(無)의 존재

    그 자체일 뿐인데,

    감은 눈으론 씁쓸한 인과응보

     

    욕망서린 시선 사정없이 엇갈리는

    황량한 사막에선

    시간 속 시간의 만남과 이별

    영구히 반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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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림삼(문학평론, 시인)  

    ** 시작노트 **

    청룡의 해가 열리면서, 지난 해의 갈무리와 더불어 호기롭게 새 해의 계획을 세우고 소망을 장만하느라고 제법 호들갑을 떨던 것이 엊그제같은데 우왕좌왕 하다보니 벌써 두 달 가까이 훌쩍 지나가버렸다.

    정말 빠른 것이 시간이다.

     

    어느날은 아침부터 밤까지의 하루 해가 너무도 빨라 갈피를 잡을 수도 없다. 늘상 반복되는 일상임에도 때로는 유별나게 시간의 종적을 따라잡기가 힘들 정도이다. 그렇게 유난히도 시간이 빨리 지나간다고 느껴지는 날에는 나이를 먹어가는 게 보여지고, 세월처럼 덧없는 삶의 뒤안길이 뇌리에서 떠나지를 않아 자못 심란하기까지 하다.

     

    모름지기 시간은 우리의 기분을 들었다 놨다 들었다 놨다 하는 요물인가보다. 세상이 시작되면서부터 있었고 영원까지 그침없이 존재할 것이 시간이다. 언제나 시간은 있었고 지금도 열심히 흐르고 있으며, 훗날에도 쉬지 않고 길을 갈 것이다. 누구에게나 시간은 주어지고 그래서 누구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결코 시간은 누구의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시간은 누군가가 마음 먹는대로 줄을 서주는 것이 아니라, 그냥 시간이 시간 자체의 임의대로 자유롭게 이어져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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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은 또이렇게 봄을 대려온다.2024.02.19/ 최윤지 기자 

     

    그렇다, 시간은 내 속에 있지 않다, 바로 내가 시간 속에 있다. 시간은 사람들의 삶을 만들어주고 생명의 끈을 이어주는 대의의 존재가치를 지니고 있다. 이어지는 시간 중에 행복과 불행이 교차되고, 기쁨과 슬픔이 엇갈려 지나가며, 삶과 죽음이 희노애락을 담은 채 꾸준히 줄지어 흐르고 있다.

     

    예전 어느 방송에 출연한 시각장애인 교사가 “인생에 있어서 막다른 길은 또 다른 길을 위한 과정” 이라는 강연을 하여 감동을 준 적이 있다. 비록 현재 오르막길이라고 하더라도 계속 오를 수만은 없고, 지금 내리막길에 서있다고 해서 인생이 완전히 막장에 다다른 것은 아니다.

     

    모든 인생의 시간은 오르막과 내리막의 반복이다. 오르막에서는 조급함을 버리고 겸손하게, 내리막에서는 더 큰 기대와 믿음을 가지고 힘차게 걸어야 한다. 흔히 사람들은 넘어지면 무너지려 하고, 무너지면 부서지는 줄로 알고 있다. 그래서 경우에 따라서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것을 보게 되기도 한다.

     

    그러나 넘어졌을 때 아픔을 참고 일어서면 또 다른 세상의 시간이 펼쳐지는 것이다. 희망은 내가 일어나서 발견해야만 볼 수 있는 것이다. 누구나 삶에서 쓰리고 아픈 경험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고통스런 시간이지만 사람은 인생의 내리막도 경험해봐야 한다.

     

    넘어졌을 때 사람의 진면목이 나타난다. 넘어지는 순간 한 번에 무너져버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툭툭 털고 일어나서 다시 새롭게 도전하는 사람이 있다. "결코 내리막을 두려워 하지 말자". 넘어져봐야 비로서 다시 일어서는 기쁨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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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은 얼음을 풀고~2024.02..19.양산석남사계곡 ,최윤지 기자

     

    삶은 주어지는 것이지만 인생은 만들어가는 것이다. 내리막에서 인내하고 기다리며 노력하는 사람에게는 최후의 승리와 영광이 주어질 것이다. ‘우물에서 숭늉을 찾는다’는 말이나 ‘아무리 급해도 바늘 몸통에 실을 매달아 바느질을 할 수는 없다’는 말은 바로, 시간을 거스르지 않고 순리대로 세상의 이치에 적응하는 삶의 자세를 촉구하는, 선조의 지혜가 담긴 속담들이다.

     

    69번 버스가 교통사고를 내서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 탑승객들은 모두 불시에 당한 사고로 피해를 입은 것이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억울해 하는 세 부류의 승객들이 있다고 한다.

     

    첫 번째는 이미 출발한 버스를 죽을 힘을 다해 뛰어가서 겨우 멈추게 하고 부랴부랴 승차했던 승객이고, 두 번째는 전 정류장에서 하차해야 하는데 깜빡 졸다가 미처 못내리고 있던 승객이며, 세 번째는 69번을 96번으로 번호를 착각해서 잘못 승차한 승객이란다. 어찌보면 하찮은 유머에 불과한 이야기지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삶이란 것이 본래 그렇다. 자신이 생각하기에는 올바른 길이라 여겨 최선을 다해보지만 결과는 원치 않는 방향으로 흐를 때가 있고, 어떤 일을 하다가 미처 주어진 기회를 포착하지 못하여 지나치게 된 이후에 깨달아 후회하는 일도 다반사이며, 생각이나 판단을 잘못하거나 선택이 그릇되어 본의 아니게 엉뚱한 결론을 만들게 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한 것이 바로 삶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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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군가에게 둥지로 내어주는 일생도~ 석남사에서 최윤지기자 

     

    이 모든 것들이 이미 지나친 시간에 대한 미련만 진하게 남길 뿐이며, 아무리 반성과 회한이 사무친다 하여도 돌이킬 수는 없는 세상사인 것이다. 요는 이러한 성공과 실패가 수시로 교차되면서 흐르는 시간 속에서, 우리는 과연 얼마나 의미 있는 삶의 모습을 정립시킬 마음의 자세가 확고하게 있는가 하는 점이다.

     

    우리 삶의 시계는 쉬지 않고 흐르다가 어느 순간 단 한 번 수명을 다해서 멈추게 되지만 언제 어느 시간에 멈출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므로 우리는 지금 이 시간이 바로 내 시간인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사랑하며 수고하며 열심히 살아가지만, 이 시간이 내일까지 변함없이 주어지고 계속 이어지게 될 것이라고 믿지는 말아야 한다.

     

    그 때는 이미 시계가 멈춰 서버릴지 모르기 때문이다. 언제일지 모르지만 떠날 때 우리는 시간이라는 모래밭에 남겨놓아야 하는 발자국이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인생에서 정녕 중요한 것은 실패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실패하더라도 좌절하지 않는 데 있는 것이다. 꿈을 잃지 않고 있으면 언젠가는 반드시 그것을 실현할 때가 올 것이다. 그것이 시간이 우리에게 베푸는 공평한 호의이다. 그러므로 오늘 이 시간 어떤 꿈을 가지고 있다면 기회를 사용하도록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지금 이 순간도 시간은 쉼 없이 흘러가고 있다. 시간은 매사에 멈추는 법도, 또 더디게 흘러가는 법도 없다. 그렇다고 해서 시간을 저축하거나 남에게 빌릴 수도 없다. 또한 시간은 우리에게 무한정 베풀어지는 것도 아니다. 길어야 고작 8,90년의 삶을 우리들은 살고 있다. 과연 지금 우리의 삶 중에서 남아 있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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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처입은 삶,2024.02.19.  최윤지 기자 

     

    참으로 두려운 게 시간이다.

    새벽이 되면 어김없이 떠오르는 게 태양이지만 우리에게 무한정 기약돼 있는 건 아니다. 그렇다면 시간은 바로 우리의 생명인 것이다. 그 귀한 생명을 지금 우리는 어떻게 쓰고 있는가? 이 지구상에 발 딛고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그 어느 누구도 인연적으로 무관한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을 가끔 해볼 때가 있다.

     

    한 시대에 태어나 같이 살아간다는 사실, 그것만으로도 대단한 인연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생각을 할 때면 주위 사람들을 너무 소홀히 대하지는 않았나 반성하게 된다. 아주 커다란 인연의 끈으로 만난 사람을 소중히 여기지 못함을 스스로 꾸짖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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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도사 자장매 024.02.19/ 최윤지 기자

     

    ‘빌 오히언’은 이런 말을 했다.

    “우리는 살아가는 동안에 참으로 많은 에너지를 얻는다. 특히 어떤 사람을 사랑할 때마다 많은 에너지를 얻게 된다. 또한 거기서 받은 에너지의 일부를 다른 누군가에게 제공한다는 것은 참으로 아름다운 일이다.”

     

    인간은 근본적으로 서로 어깨를 기대고 체온을 나누며 살아야 하는 존재이다. 사람의 손이 따스한 체온을 나누며, 서로 깍지를 끼고 살아가라고 다섯손가락으로 이루어져 있듯이 말이다. 오늘이라는 시간은 우리 삶에서 단 하루만 주어지는 소중한 시간이다. 이 소중한 시간에 인생의 가장 소중한 삶을 살아야 할 책임과 의무가 우리에게 주어지는 오늘의 과제이다. 아마도 최선을 다해 우리가 답을 해야 할, 시간이 주는 엄숙한 질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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